골목들
이하석
뜯어내는 집이
황혼 같네
기둥과 대들보의 근육들이
뒤틀렸네 추억처럼
돌이킬 수 없어 보이네
그러나 다 들어내진 않고
교묘한 손질로 겨우
정서의 높낮이를 다시 짜 맞추네
그 옆으로는 시멘트로 깁스한 건물들,
추억 파스로 땜질하고 덧댄 상처들의 건물들이
제화점들, 성인텍들과
서로 한 동네로 간섭하네
전쟁 통에 밀려와 쓸리던
화가와 시인들이 떠난 다방 자리도
엇나간 풍경으로 기울다가
리모델링 되어 카페들로 거듭나네
거기 무슨 색들과 말들이 더 남았을까
나는 기웃거리며 뒤적이며
무너진 추억의 퍼즐조각들을 줍게 될까?
바랜 향촌동 골목들이여
오래 속 끓이고 전전긍긍하던
우리 추억의 실핏줄들이여
황혼같이, 리모델링을 거듭하여 되새기는
이상한 새것의 껍질들이여
추억만 덕지덕지한 근대의 현대여
숨바꼭질처럼,
늙은 가수의 노래처럼,
황혼같이,
밤을 꼬박 새운 아침같이,
여전히 숨어드는 생들을
더욱 더 가지고
내다보는 이들이여
계간 《시와 반시》 2019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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