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58
황동규
달개비떼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꽃 하나하들 들여다본다
이 세상 어느 코끼리 이보다도 하얗고 이쁘게 끝이 살짝 말린
수술 둘이 상아처럼 뻗쳐 있다
흔들리면
나비의 턱 더듬이 같은 수술!
그 하나에는 작디작은 이슬 방울이 달려 있다
그 뒤로 세상 어느 나비보다도 파란 나비 꽃잎
금방 손끝에서 날 것 같다
그래, 그 흔한 달개비꽃 하나가
이 세상 모든 꽃들의 감촉을......
상아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풀잎 끝에서 꼭 한바퀴 구르고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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