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자벌레의 귀 / 조창환

김욱진 2020. 9. 19. 22:08

자벌레의 귀

조창환

 

 

제 깜냥껏 허리를 힘껏 구부렸다 편 자벌레가
나뭇가지 속에서 두런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나뭇가지 속으로 물 흐르는 소리 들리고
찍찍거리는 시계 소리 들린다

마른 풀 향기들이 깃털처럼 가볍게
떠오르는 소리도 들리고

흐른 그늘 밑에 가부좌 틀고 앉아
단전 호흡하는 양철 물고기 숨소리도 들린다

귓바퀴도 없고 귓구멍도 없는
자벌레 귀가 안 들리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은

평생을 오체투지하며 꿇어 엎드려
무릎이 다 닳아 뱃가죽으로 기어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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