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속상한 일 / 박지웅

김욱진 2020. 9. 29. 09:20

속상한 일

박지웅

 

 

나무에 소금 먹인다는 말을 들었다
뿌리둘레에 소금자루를 묻어 놓으면
천천히 독이 퍼지면서 비실비실 말라버린다니
참 못할 짓이지 싶은데
마음 구석에 슬쩍 생겨난 소금 한 자루
자루 입을 몇 번 풀었다 묶었다
맹지에 길 내자고 소금자루 메고 가
산어귀 나무에 흰 고깃덩어리를 먹였는데
기다리는 비 한방울 없더란다
걸핏하면 빌고 야심차게 기도하는 것도
참 몹쓸 짓
물을 켜도 혓바닥이 비실비실 마르더란다
가슴 한쪽이 쓰라리더란다
치워도 꼭 그 자리에 소금 한 자루가 터져
악독하게 소금을 치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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