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분리수거
출근하자마자 나는
교내 층층이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줍는다
매미 한 마리 5층 난간까지 날아와
살아 있는 듯 죽어 있다
울음소리는 누가 다 주워 담아 가고
나는 육신만 수습했다
매장할까 풍장을 할까 망설이다
그래, 북적거리는 쓰레기장으로 치러주자
아무 연고 없는 영혼 달래주듯
바람이 맨 먼저 문상을 다녀갔다
빈 병이 울었다
캔도 울었다
밤새 컵라면 국물 들이켠 비닐봉지도 따라 울었다
겹겹이 뒤엉킨 울음 부조 간신히 분리수거하고
교무실 컴퓨터 열어보는 아침
국정농단이니 국정원 댓글 부대니
갓난애 울음소리에 잠 못 잔다고
막무가내로 위층 올라와 살인을 저질렀다는
쓰레기 같은 뉴스들만 빼곡할 뿐
울도 담도 없는 철탑 꼭대기서
스무날 밤낮 매미처럼 속 끓다간
어느 해고 노동자 뒷얘기는 한 마디도 없다
쓰레기 분리수거하기 참,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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