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툭하면
조류독감이라는 둥 살충제 계란이라는 둥
우리도 없이 사는 우리한테만
왜 자꾸 덮어씌우고 그러세요
주민번호마저 낱낱이 다 까발려진 이 마당
아들딸 맘 놓고 수북 낳아 키우고 싶어도
이젠 헌 달구가리 하나 없잖아요
아, 암탉이 우리에 올라앉아
볏 닿은 임 그림자 넘다 보며 숨바꼭질하는 둥
몇날 며칠 묵은 알 동동 굴리며 병아리 깔 궁리하는 둥
우리, 쏙 낳은 알
몰래 훔쳐 톡, 깨어 먹고
병아리 품은 척 뒷간에 앉아 용쓰던 어린 시절
어미는 구구구…, 나는 오늘
병아리 떼 삐악삐악 데리고
마당가 모이 주워 먹다
텅 빈 둥지로 날아오르는 꼬꼬댁 떠올리며
닭이 먼저냐 닭 알이 먼저냐
둥둥 떠 있는 보름달 입술 가에다
콕콕 쪼아보는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