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시국

세상에 이런 일이

김욱진 2020. 11. 8. 20:24

세상에 이런 일이

 

 

1킬로그램도 채 안 되는 저울 하나가

100배도 넘는 몸뚱어리

젖먹이 달래듯 어른다

 

세상에 이런 일이, 저

울藩에서만 벌어지는 건 아니다

 

무게가, 무게감이 뭔지도 모르는 할머니

폐휴지 1킬로그램에 100원 남짓 한다는 얘기

어데서 가볍게 주워듣고는

한평생 폐휴지만 주워 모았다는데

눈대중 하나로 무게를 달고

눈높이를 맞추고

눈길 주고받으며 살아온 팔순 할머니

폐휴지 주워 한 푼 두 푼 모은 돈 1억을

고아원 아이들 학비로 용돈으로 다 나눠주고 가셨다는데

 

이래저래 저울질당하며 자란 그 아이들

판사 되고 의사 되고

나 같은 비렁뱅이 시인도 되고

제 무게만큼 머물다

눈 깜빡할 사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눈금, 저

울의 경계가 지금, 눈시울이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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