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시국

교단 일기․1-거미

김욱진 2020. 11. 8. 20:22

교단 일기․1

-거미

 

 

점심시간

6층 난간에 매달린 거미

줄도 없이 땅바닥으로 뛰어내리려는 순간

 

복도 배식 줄 서 있는 아이 서넛 엉겁결에 달려가

간신히 거미줄 잡고

거미를 타일렀습니다

 

거미야, 미안해

우리가 너의 밥줄 끊을 줄만 알았지

이토록 힘겨워하는 줄은 몰랐어

말문 굳게 닫은 거미

줄이 술렁였습니다

 

밥줄에 목숨을 건 아이들

눈빛 줄줄이 땅바닥으로 가닿았습니다

거미가 우울했다는 낌새 알아채고부터

전깃줄에 와 앉은 까마귀들도 줄지어 울어댔습니다

 

설마 산 입에 거미줄 치랴마는

저세상에 반쯤 내던진 몸 다시 추스르느라

거미는 참 혼란스러웠겠습니다

 

줄로 줄로 근근이 밥줄 잇고 살아온 거미

줄 하나가 오로지 이 세상 명줄이었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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