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
유홍준
겨드랑이까지 오는 긴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애액 대신 비눗물을 묻히고
수의사가
어딘지 음탕하고 쓸쓸해 보이는 수의사가
꼬리 밑 음부 속으로 긴 팔 하나를 전부 밀어넣는다
나는 본다 멍청하고 슬픈 소의 눈망울을
더러운 똥 무더기와
이글거리는 태양과
꿈쩍도 않고
성기가 된 수의사의 팔 하나를 묵묵히 다 받아내는 소의 눈망울을
넓적다리와 넓적다리 사이에
가랑이 사이에
빵빵하게
공기를 집어넣은 것 같은
소의 유방에 넷, 생긴 게 꼭 무슨 고무장갑 손가락 같은 젖꼭지가 넷
귀때기에 플라스틱 번호표가 꽂혀 있는 소는
이제 소끼리 접 붙이지 않는다
더 굵고 더 기다란 인간의 팔하고만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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