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이웃집 여자 / 정복녀

김욱진 2021. 5. 20. 07:08

이웃집 여자

정복녀

 

 

그녀가 바빠졌다

그녀는 이제 갓 이혼녀

아침이면 두개골을 활짝열고

아직 습기 찬 감옥을 널어놓고 나간다

이십대에 넣어둔

처녀의 운동화를 꺼내 신고

스쿼시도 하다가 에어로빅도 하다가

문화센터에서 종이 다보탑을 접고

행복한 삶이나 웃음철학도 듣는다

저녁은 잘 차린 연어구이 밥상

한 벌의 수저를 가지런히 놓고

백포도주도 한 모금 찔끔,

갑자기 미래가 희망찬

시간의 바다 속으로 던져졌다

뭐든 할 수 있음! 그 하루 위에서

적극적이라는 구명보트에 매달린

그녀의 삶은 이제 무사하리

그녀는 그녀를 석방하고 얻은

단독자의 통장을 베고 눕는다

이제 그녀는

그녀로만 가는 돛대 같은 것

자고 나면 열심히

열심히 하루를 헤엄칠 것이다

라고 말하다 암초처럼 꿈이 닿으면

갑자기 그녀의 옛 감옥으로

획 돌아 내달리는 그녀의 저 큰 등지르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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