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을 벗다 / 장혜원
한낮의 외출에서 돌아가는 나무들의 모습이 어둑하다
탄력에서 벋어난 하반신이 의자에 걸쳐 있고
허공 한 쪽을 돌리면
촘촘했던 어듬들, 제 몸쪽으로 달라붙는다
의자의 각을 입고 있는 외출
올올이 각의 면을 베꼈을 것이다
이 헐렁한 정류의 한 때와 폭신함이 나는 좋다
실수를 엎질렀던 재킷과
몇 방울 얼룩이 튄 블라우스의 사간을 벗을 수 있는 헐렁한 집
여전히 외출들은 걸려 있거나 접혀져 있다
그러고 보면 밖의 세상은
모든 외출로 건축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빛도 식욕도 변기의 물 내리는 소리도 모두 외출에서 돌아와 있는,
텅 빈 건너편이 조용히 앉아있는 의자
침묵의 소요들이 모두 돌아간
세간들에 달라붙는 귀가한 소음들
왜 집안엔 깨어지기 쉬운 소리들만 있는 것인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저녁
오늘의, 바깥은 다행히도 한 올의 올도 나가지 않았다
눅눅한 각을 입고 있는 스타킹과
긴 팔을 뻗어 아카시아 이파리를 헹구는 바람의 시간
잠든 몸을 조용히 돌아다니는 숨소리
괄호를 열고 몸을 구부리는 잠이 깊 다.
출처 : 함께하는 시인들 The Poet`s Garden
글쓴이 : 김일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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