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내게는 집이 여러 채 있다
그중에 으뜸은
우주宇宙 한 모퉁이 분양받은 몸집
제일 꼭대기 층엔 골방 둘
그 아래층은
초능력 통신망 닥지닥지 붙은 방 다섯
거기서 숨 한번 길게 들이쉬고 내려서면
마주 보고 마음 나누는 방이 둘
그 아래 밥집 한 채 또 그 아랜 똥집
맨 아래층엔 몸종 거처하는 행랑채 둘
휘, 돌아보니
여태 내가 줄곧 거처한 곳은
오감五感 가득 채워진 빈 방
그 사이
아랫목 구둘 꽉 막혔다
설마, 장작불 활활 지펴대면
막힌 구둘 펑 뚫리겠지, 싶어
행랑채 뒤로 돌아들어가
굴뚝 쿡쿡 들쑤시며
간신히 고개 밀어 넣고
슥, 올려다보니
방마다 주인 노릇하던 놈들
뿔뿔이 다 도망치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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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머잖아 누군가에게 나눠줄 집'을 그리고 있다. 그곳은 타자들의 욕망으로부터 차단된'빈집'으로서 현실을 넘어서 이상적인 세계로 이어지는 '시상'을 쫒다가 흘린 '피 한 방울'이 번져 있다. 그리고 그곳엔 탐욕과 갈등이 아니라 '사랑의 바이러스가 속살처럼 되살아나는' 이상적인 자아가 살 수 있는 쪽방 몇 칸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빈집과는 대조적으로 "초능력 통신망이 닥지닥지 붙은 방 다섯"을 비롯하여 넓고 편리한 방이 있는 집을 탐내며 살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 죽음의 바람은 희미하게 남아 있는 '문풍지 같은 기억 꿀꺽 집어 삼킬' 것이다. 그 순간이 오기 전에 '싸늘해오는 나', 즉 타자들의 욕망을 쫓아가다 소외되어 있는 진정한 욕망의 주체를'들여다 보라'고 한다. 그곳은 멀지 않은 순간에 모든 이들에게 주어질 죽음의 집인지도 모른다. 시인은 그 예측할 수 없는 순간이 오기 전 '잠시나마' 진정한 욕망의 주체로 부활하기 위해 '불쏘시개 할 솔가지 몇'을 준비하여 '군불을 그득 지펴두라'고 권유한다. 그러나 상징계인 현실의 억압은 너무 강하여 그 빈집에서 '싸늘해오는 나'를 찾고 깨우기란 쉬운 일만은 아니다.
김석환<시인, 명지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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