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 법문
-이만翁
대구시 달서구 진천동에 가면
2만 년 전 살던 고인
돌사람 한 분 모로 누워계신다
얼마 전 코로나 예방주사도 맞고
입마개도 하고 있더니만
오늘은
대한민국 0.72 라는 명패 달고
눈물을 흘리고 있네
헐, 저게 뭐지
0.72가 이름일 리는 만무하고
시력이 0.72란 말인가
그럼, 안경을 씌워뒀을 텐데
것도 아니고
차 쌩쌩 달리는 길섶에서
환생한 고인돌이 눈물까지 보이고
아, 이는 분명 무슨 곡절이 있을 터
언저리 선사시대 사람들 만나 여쭤봐야지
죽음이 살아 숨 쉬는 골목 한 모퉁이
무덤 앞에 서있는 돌이 눈에 띈다
선돌마다 새겨진 그림, 자는 또 뭐지
다짜고짜 팻말에 적힌 자한테 물어보니
이 암각화 속엔 다산의 의미가 숨겨져 있었네
그래, 맞아
요즘 사람들 아이 낳지 않는다는 소식 듣고
속 터진 돌사람
대한민국 (합계출산율) 0.72라고
눈물로 눈물로 부르짖고 있는 거야
사람들은 선사 법문을 도통 알아듣지도 못하고
그냥 구석기 사람처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고 지나가버리네, 참 나!
(20204 대구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