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고 싶었지
소꼴 베러 뒷골 가
도랑가재 잡아 구워먹고
허수아비 속 태우며
콩서리하다 그만
밭주인에게 붙잡혀
혼이 나던 어린 녀석
옥수수 대궁처럼 성큼 자라
누군가에게 베풀며 사는
어른이 되고 싶었지
수염만 길게 기르면
될 거라 생각하고
몇 날 며칠
할머니 머리맡에 빠진
흰 머리칼 주워 모아
몰래 턱 언저리 붙이고
해질 녘
밀짚모자 푹 눌러쓴 채
골목길 나섰지
턱수염 간질이며
웃어대던 갈바람
‘현촌 영감 어디 가냐’ 며
내 옷깃 스치고 지나갔지
손자 찾아 나선
할멈처럼,
때론 누군가에게
너그럽게 속아주며 사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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