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비슬산5
길을 가다
돌부리 걸려 넘어지는 날이면
홀로 그대 찾아와
세상 사는 법 묻고 또 묻고
돌아간 적 한두 번이 아니라네
사화로 얼룩진
세월의 칡넝쿨 속에서도
그대는 꼿꼿이 살아 남아
오갈 데 없는
영혼들의 둥지 되어주었네
나 오늘은
돌확처럼 움푹 팬
그대 품에서
뱀처럼 똬리 틀고 앉아
세세생생 쌓인 업業
한 겹 두 겹 벗겨보려네
놀 비껴선 서녘 하늘
깊은 숨 몰아쉬는
도성암 느티나무,
나이테마저 비워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