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모일/박목월

김욱진 2011. 10. 28. 08:43

     모일

                                  박목월

 

 

시인이라는 말은

내 성명 위에 늘 붙는 관사

이 낡은 모자를 쓰고

나는

비오는 거리를 헤매었다.

이것은 전신을 가리기에는

너무나 어쭙잖은 것

또한 나만 쳐다보는

어린 것들을 덮기에도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것

허나, 인간이

평생 마른 옷만 입을까 보냐.

다만 두발이 젖지 않는

그것만으로

나는 고맙고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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