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값은 내가 낼게
이종문
그해 가을 그 묵 집에서 그 귀여운 여학생이 묵 그릇에 툭 떨어진
느티나무 잎새 둘을 얌얌얌 씹어보는 양 시늉 짓다 말을 했네
저 만약 출세를 해 제 손으로 돈을 벌면 선생님 팔짱을 끼고
경포대를 한 바퀴 돈 뒤 겸상해 마주 보면서 묵을 먹을 거예요
내 겨우 입을 벌려 아내에게 허락받고 팔짱 낄 만반 준비 다 갖춘 지 오래인데
그녀는 졸업을 한 뒤 소식을 뚝, 끊고 있네
도대체 그 출세란 게 무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 출세를 아직도 못했나 보네.
공연히 가슴이 아프네, 부디 빨리 출세하게
그런데 여보게나, 경포대를 도는 일에 왜 하필 그 어려운 출세를 꼭 해야 하나.
출세를 못해도 돌자, 묵값은 내가 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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