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맹인 부부 가수/정호승

김욱진 2012. 1. 7. 08:10

 

  맹인 부부 가수

                        정호승

 

 

눈 내려 어두워서 길을 잃었네

갈 길은 멀고 길을 잃었네

찾아오는 사람 없이 노래 부르니

눈 맞으면 돌아가는 저 사람들뿐

 

사랑할 수 없는 사랑하기 위하여

용서받지 못할 것 용서하기 위하여

눈사람을 기다리며 노랠 부르네

세상 모든 기다림의 노랠 부르네

 

노래가 길이 되어 앞질러가고

돌아올 길 없는 길 앞질러가고

함박눈은 내리는데 갈 길은 먼데

이 겨울 밤거리의 눈사람이 되었네

 

아름다움 이 세상을 건질 때까지

절망의 즐거움이 찾아올 때까지

무관심을 사랑하는 노랠 부르네

눈사람을 기다리는 노랠 부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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