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비 내리는 수성못

김욱진 2010. 5. 22. 21:51

비 내리는 수성못

    -이상화 시비 앞에서

 

 

 

못 둑 너머로 바짝 다가선

거함의 정체가 아무래도 수상쩍다

 

오리 배들은

나포된 투사처럼 줄줄이 엮인 채

못 둑 한 구석으로 끌려갔다

 

인공 섬 언저리 모여든

청둥오리들의 발자국 위로

두둑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번지고 번져, 어느새

독립만세소리처럼 번져

 

이젠,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물의 야성, 아니 수성壽城

물병아리 떼들의 함성소리

 

저토록 맑고 황홀한 진리를

못 둑에서 비 맞고 서 있는

백아白啞 이상화 시인과 조용히 새겨듣다

 

 

 

        (2009 대구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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