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도반

김욱진 2010. 5. 22. 22:09

             도반道伴

         -비슬산3

 

 

 

 

 

저녁 공양을 마친 개 한 마리가

방선放禪하듯 절집 마당을 빙빙 돌고 있다

너덕너덕 기운 옷을 걸친 노스님이

혓바닥 길게 내민 견공의 목줄을 잡고

묵정밭을 매듯 무심히 따라 돌고 있다

연못 속에 우두커니 물구나무선

내 가랑이 새로 길을 낸 물고기들이

바깥세상을 환히 들여다보고 있다

법당 앞 반석 위에 쪼그리고 앉은

밤 고양이의 눈빛 휘돌아나가는

보름달처럼

 

 

 

 

     (2009 시문학시인선 2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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