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수성못
-이상화 시비 앞에서
못 둑 너머로 바짝 다가선
거함의 정체가 아무래도 수상쩍다
오리 배들은
나포된 투사처럼 줄줄이 엮인 채
못 둑 한 구석으로 끌려갔다
인공 섬 언저리 모여든
청둥오리들의 발자국 위로
두둑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번지고 번져, 어느새
독립만세소리처럼 번져
이젠,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물의 야성, 아니 수성壽城
물병아리 떼들의 함성소리
저토록 맑고 황홀한 진리를
못 둑에서 비 맞고 서 있는
백아白啞 이상화 시인과 조용히 새겨듣다
(2009 대구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