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음악회
유가사 시방루十方樓에서 가을 법석을 마련했다
석가모니불 지휘아래 천오백부처님 합창으로
영화 타이타닉 주제가가 서라운드로 울려 퍼진다
시방허공세계 처처 계신 보살성문님
눈뜨느라 허허둥둥 야단이다
미련토록 가부좌 튼 미륵부처님
육중한 몸으로 용화전을 걸어 나오신다
산산 넘쳐흐르는 쨍한 음색에 귀 열 줄 아시는
삼세제불님 드디어 나투셨다*
지심정례공양을 못 알아먹던 길손들
버선코 반쯤 보이는 한량무 한 자락
받아넘기는 목젖소리 요란하다
오카리나 연주에 맞춰
겅중겅중 인디언 춤추는 아라한 익살 방통해서
나한전 너머 깔깔거리는 당단풍 얼굴
고추처럼 빨개졌겠다
여태 듣도 보도 못한 처음 먹어보는 맛에
행목마저 흔들리기 시작한다
가지 끝에 걸터앉은 보름달 노랗게 질려
벌거벗은 채로 뛰어내리자
입산 삼백년 동안 한 번도 드러누운 적 없는
행불杏佛 몸에서 후두두둑 사리가 쏟아진다
여기저기 구린내 풍기며
스타카토로 구른다
*나투다:깨달음이나 믿음을 주기 위해 사람들에게 나타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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