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그리움
함민복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몸이 많이 아픈 밤
하늘에 신세 많이 지고 살았습니다.
푸른 바다는 상한 눈동자 쾌히 담아 주었습니다
산이 늘 정신을 기대어 주었습니다
태양은 낙타가 되어 몸을 옮겨 주었습니다
흙은 갖은 음식을 차려 주었습니다
바람은 귓속 산에 나무를 심어 주었습니다
달은 늘 가슴에 어미 피를 순환 시켜주었습니다
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아래층에서 물 틀면 단수가 되는
좁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 전세방에서
만학을 하는 나의 등록금을 위해
사글셋방으로 이사를 떠나는 형님네
달그락 거리던 밥그릇들
베니어 판으로 된 농짝을 리어카로 나르고
집안 형편을 적나라하게 까 보이던 이삿짐
가슴이 한참 덜컹거리고 이사가 끝났다
형은 시장에서 자장면을 시켜주고
쉽게 정리될 살림살이를 정리하러 갔다
나는 전날 친구들과 깡소주를 마신 대가로
냉수 한 대접으로 조갈증을 풀면서
자장면을 앞에 놓고
이상한 중국집 젊은 부부를 보았다
바쁜 점심시간 맟춰 잠 자주는 아기를 고마워하며
젊은 부부는 밀가루,그 연약한 반죽으로
튼튼한 미래를 꿈꾸듯 명랑하게 전화를 받고
서둘러 배달을 나아갔다
나는 그 모습이 눈물처럼 아름다워
물배가 부른데도 자장면을 남기기 미안하여
마지막 면발까지 다 먹고 나니
더부룩하게 배가 불렀다,살아간다는 게
그날 나는 분명 슬픔도 배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