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거미

김욱진 2010. 5. 23. 21:03

거미

 

 

 

떠돌다, 또

날이 저문다

 

의뭉스러운 겹거미 한 마리가

허공에 집을 짓는다

 

석류 입술에 살몃 기댄

햇살 몇 줌 주워 기둥 세우고

 

수런거리는 갈바람의 그늘 아래

한가로이 걸터앉아

 

투기꾼마저 눈치 채지 못한 그곳에

얼기설기 줄을 친다

 

어디선가 날아온

고추잠자리 서너 마리가

하룻밤 묵어갈 요량이다

 

처마 밑으로

찬바람이 분다

 

 

 

   (시문학 2007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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