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봄날은 간다 /원무현

김욱진 2013. 12. 29. 16:17

                        봄날은 간다

                                         원무현

 

 

 

도끼에 꽃잎이 붙었다 꽃잎에 도끼가 붙었다 서슬도 시퍼런 날을 악물고 거목과 대적해야 할 도끼께서 꽃잎하고 그 짓을 하다니! 순이 귀밑머리에 예쁘게 꽂혀있어야 할 꽃님이 도끼하고 그 짓을 하다니! 도끼다운 도끼, 꽃다운 꽃 뭐 그런 거 도덕률 같은 거 찍어버리고 찢어버려선 도끼자루야 썩거나 말거나 순이사 우울하거나 말거나 너 내 없이 착 달라붙어선 한식경이 지나도록 떨어질 줄 모른다 백주에 흘레붙은 개새끼 떼어내듯 물바가지 확 끼얹고 싶은데 저것 좀 보소 도끼 날이 목석 같은 사내 귓바퀴를 닮았네 꽃잎이 귓바퀴 핥아주던 그 여자 붉은 혀를 닮았네 그래그래, 알았다 알았어 봄이란 말씀이지? 도무지 어울리지 않던 둘을 하나로 찰떡찰떡 붙여선 호오홍호오홍 날 저무는 줄 모르게 했던, 그예는 맨땅에 꺾어 꽂은 나뭇가지도 덩달아 싹이 돋던, 환장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