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찾기
윤범모
제 직업은 집 나간 고양이를 찾는 것
한마디로 고양이 탐정이지요
세상에 그런 직업도 다 있느냐고 묻겠지만
자, 가출한 고양이를 찾아볼까요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막한 시간
거기다 깜깜한 밤이면 더 좋겠네요
그렇다고 멀리 갈 것도 없어요
우선 집안의 후미진 곳부터 살펴보세요
움직이는 것들의 습성은 다 비슷하니
야옹아, 야옹아
간절하게 불러보세요
화두를 든 것처럼
소식이 없으면 옆집으로 가세요
거기도 아니면 그 다음 집으로
아마 동네 어디엔가 숨어 있을 거예요
고양이는 결코 멀리 있지 않아요
다만 주의할 것은 하나 있는데
손전등을 사용하면 안 돼요
억지로 빛을 만든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거든요
고양이는 정말 가까운 데 있어요
깜깜한 곳에 숨어 있을 따름
마음의 등불을 높게 걸면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잠깐, 지금 뭐라고 질문했어요
당신의 정체가 뭐냐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고양이 탐정인가
아니면
선방 수좌인가?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꾼/조예린 (0) | 2016.04.09 |
---|---|
겨드랑이가 따뜻하다/이경 (0) | 2016.04.09 |
진달래 외 1편/이진흥 (0) | 2016.04.09 |
소사 가는 길, 잠시/신용목 (0) | 2016.03.31 |
가족/진은영 (0) | 2016.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