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열반 들다
송화
긴 산 그림자 마을을 쫓아 내려온다
신기루를 쫓던 까만 눈동자
자박자박 노을 속을 걸어다닌다
저녁 속으로 잠적해버린 주검의 입자들
살포시 어둠이 든다
툭툭 터지는 제비꽃씨처럼 저녁별이 뜨고
동짓달 초닷새 젖니 같은 달
엉금엉금 기어나온다
풍선껌처럼 한껏 부풀렸던 하루
네온불빛 사이로 한 사발 별을 퍼마신다
내 안의 빛
無, 그것처럼 하얗다
그렇게 또 어디선가 표절한 하루
열반 든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1,2월호
.....................
인간에게 있어 시간이 어떤 본질을 가지고 있는지를 묻게 만드는
이 시에서 인간은 결코 시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인간은 시간을
몰래 훔쳐 살다가 無, 즉 열반에 든다, 죽어야만 한다.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이가림 (0) | 2010.05.27 |
---|---|
가을 노트/문정희 (0) | 2010.05.27 |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외 다수/정희성 (0) | 2010.05.25 |
강물 외 다수/정호승 (0) | 2010.05.25 |
가을 사랑 외 다수/도종환 (0) | 2010.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