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하루 열반 들다/송화

김욱진 2010. 5. 25. 11:01

 

       하루 열반 들다

         송화 


긴 산 그림자 마을을 쫓아 내려온다

신기루를 쫓던 까만 눈동자

자박자박 노을 속을 걸어다닌다

저녁 속으로 잠적해버린 주검의 입자들

살포시 어둠이 든다


툭툭 터지는 제비꽃씨처럼 저녁별이 뜨고

동짓달 초닷새 젖니 같은 달

엉금엉금 기어나온다

풍선껌처럼 한껏 부풀렸던 하루

네온불빛 사이로 한 사발 별을 퍼마신다


내 안의 빛

無, 그것처럼 하얗다

그렇게 또 어디선가 표절한 하루

열반 든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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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있어 시간이 어떤 본질을 가지고 있는지를 묻게 만드는

이 시에서 인간은 결코 시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인간은 시간을

몰래 훔쳐 살다가 無, 즉 열반에 든다, 죽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