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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농어촌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김인숙 외

김욱진 2016. 6. 18. 10:33

[2015 농어촌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김인숙 외

 

대상
감자 / 김인숙

 


감자밭 두둑이 실하다,

하지 앞두고 감자 꽃을 꺾는 손끝에는

오래 된 증산 습성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지상의 살을 쓸어 올리고 내리눌러 북을 돋우고 꽃을 따면 구물구물 굵어지는

땅속의 열매

불붙은 꼬리는 중천에 떼어 두고 지난 밤 떨어진 운석이 달빛 분가루를 묻힌 채 땅 깊이 박혔다,

어둠 속에 묻혀 온몸에 눈이 생긴 남자는 깜깜한 우주의 유전자를 가졌다,

눈이 흙의 안경을 쓰고 흙냄새에 묻혀서 잠을 잔다, 잠자는 동안 몸속으로 길이 나고 길이 깊어질수록 점도 높은 별들이 태어난다

밤하늘이 뒤꿈치를 들고 별꽃 보자기를 펼치는 시간

온몸에 초롱초롱 눈을 달고 팽창하는

감자가 눈을 감자 세상이 정적에 들었다

눈도 오래 무르면 거기서 싹이 나오는데 불덩이를 품은 고랑마다

둥근 시간의 눈알이 허공의 허벅지 아래 어룽어룽 점성을 늘이는

유월 밤 우주는 감자밭이다

부딪치며 비껴가며

안팎으로 수없는 감자들이 어둠 속을 떠다니고 있다

 

  

 

최우수상
바지락을 캐다 / 강성백

 

 

바다의 한 막이 벗겨지고 있다

종일 불어오는 서풍을 거슬러

썰물 빠져나간 자리

물결이 지날 때마다 수없이 덧대어진 모래들이

층층이 등고선을 이루며 천千의 목숨들의

집이 되어있다

저 고요의 지충에서 긴 고립을 견뎌낸 조개들이

모래의 무늬를 입는 시간

나는 망망한 갯벌 위에 쪼그리고 앉아 바지락을 캔다

같은 자리를 열 번 넘게 파헤쳐야

비로소 민낯을 드러내는 바지락조개들

단단한 껍데기 위에 줄줄이 새겨진 물금이 선명하다

바람이 다스리는 물결 속에서 셀 수 없는 물이랑을 넘으며

제 몸의 신열들을 음각했을 것이다

미처 읽지 못한 파도가 온몸에서 출렁이는 바지락조개들

무슨 말을 할 듯 펄 묻은 입을 연신 달막거린다

낮은 생태계를 흘러온 간절한 언어들이 가슴에 닿는다

언젠가는 저것들이 사철 바다를 끼고

적막이 되어가는 나에게 말을 걸어줄 것이다

세상은 여전히 바닥에 밀착된 이 길을 알지 못한다

비옷 같은 하루를 소상히 알고 있는 석양이

마지막 빛깔을 머리 위에 쏟아붓는다

몇 시간 째 꺾인 무릎

침묵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