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한뎃잠/문성해

김욱진 2016. 7. 9. 18:05

     한뎃잠

         문성해

  

 

장례식에서 돌아와
아침에야 밤잠을 잔다

돌아온 잠이 있고
돌아오지 못한 잠도 있다

병풍 앞에 둘러앉아
누군가의 한뎃잠을 지킨 사람들

그가 낯설게 뒤척이는 잠 속에 앉아
늦은 육개장을 집밥처럼 말아 먹어주고
(밤잠이 이리 환해도 될까!)
그가 켜둔 기억 속에 마지막으로 꽂혀 있었다

장례식이란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의 한뎃잠을 지척에서 지키는 일
돌아올 수 없는 잠에 대해 함구하는 일

생전 그와 같이 한 번도 누워본 적 없는 이들이
길고 지루하고 온전하게
(오, 하루치의 잠을 보시한 채)
한 개의 한뎃잠을 조문한 뒤

이 아침 방으로 돌아와
끊어진 밤잠을 다시 잇고 있다

 

 

《문예바다》2016년 여름호, 대표시 재수록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날은 간다, 가/문인수  (0) 2016.07.22
배꼽/문인수  (0) 2016.07.09
그늘/이상국  (0) 2016.07.09
달은 아직 그 달이다/이상국  (0) 2016.07.09
목백일홍 옛집/이기철  (0) 201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