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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물오징어를 다듬다가/ 유안진

김욱진 2016. 7. 28. 16:45
물오징어를 다듬다가|▒ ♧  
  

물오징어를 다듬다가/ 유안진

네 가슴도 먹장인 줄 미처 몰랐다 무골호인(無骨好人) 너도 오죽했으면 꼴리고 뒤틀리던 오장육부가 썩어 문드러진 검은 피 한 주머니만 껴안고 살다 잡혔으랴 바닷속 거기도 세상인 바에야 왜 아니 먹장가슴이었겠느냐 나도 먹장가슴이란다 연체동물이란다 간도 쓸개도 배알도 뼛골마저도 다 빼어주고 목숨 하나 가까스로 부지해왔단다 목고개 오그려 쪼그려 눈알조차 숨겨 감추고 눈먼 듯이, 귀먹은 듯이, 입도 없는 벙어린 듯이 이 눈치 저 코치로 냉혹한 살얼음판을 어찌어찌 헤엄쳐왔던가
출처 : 달성문인협회
글쓴이 : 박재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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