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삼합/박숙이

김욱진 2016. 8. 6. 20:13

               삼합

                              박숙이 

 

 

소가 주인을 어무이 어무이 따르는 것은

주인이 논바닥에 함께 발 딛고 있기 때문이다

땀 흘리며 바닥에서 함께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데서 부리지 않고 함께 호흡을 맞추기 때문이다

 

고된 노동 속에서도 서로의 눈빛이 그렁그렁한 것은

심전(心田)에서 희로애락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무지렁이에서 똥 누는 모습까지 다 보여줬기 때문이다

땅과 서로 우직함을 오래 되새김질했기 때문이다

 

우둔하게 서로 주인으로 섬기는

고지식한 땅, 고지식한 소, 고지식한 농부,

과묵한 근성이 깊이 발효된

아 참, 지독한 삼합이네 그려∼ 

 

       -계간 『시와 시와 』2013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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