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합
박숙이
소가 주인을 어무이 어무이 따르는 것은
주인이 논바닥에 함께 발 딛고 있기 때문이다
땀 흘리며 바닥에서 함께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데서 부리지 않고 함께 호흡을 맞추기 때문이다
고된 노동 속에서도 서로의 눈빛이 그렁그렁한 것은
심전(心田)에서 희로애락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무지렁이에서 똥 누는 모습까지 다 보여줬기 때문이다
땅과 서로 우직함을 오래 되새김질했기 때문이다
우둔하게 서로 주인으로 섬기는
고지식한 땅, 고지식한 소, 고지식한 농부,
과묵한 근성이 깊이 발효된
아 참, 지독한 삼합이네 그려∼
-계간 『시와 시와 』2013년 여름호-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화상/서정주 (0) | 2016.08.10 |
---|---|
시인은 모름지기/김남주 (0) | 2016.08.07 |
시인들이 이야기하는 시 모음 (0) | 2016.08.06 |
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함민복 (0) | 2016.08.05 |
긍정적인 밥/함민복 (0) | 2016.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