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2
감나무 까치밥 한 그릇 달랑 남아있다
늦가을 지나가다 보았다
감청색 홑바지에 흰 저고리 걸쳐 입은 까치 한 마리
헐렁해진 옷깃 여미며 백년손님처럼 찾아와
해묵은 마고자 단추 풀어헤친다
물컹물컹, 아무런 감이 없다
잠시 후 늙수그레한 까마귀도 한 마리 날아와
눈칫밥 이골이 난 듯
휘젓다 둔 밥그릇에 주둥이 밀어 넣는다
입술 퉁퉁 부르튼 홍시
하혈을 하면서도 씨만은 꽁꽁 부둥켜안았다
성씨가 같은 두 객
감나무를 상대로 친자확인소송 낸 듯
살벌한 설전을 벌인다
밥그릇 싸움하는 세상
꿀꺽 삼키고 떠나는 서녘 해
입덧하자마자 낙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