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용한 혁명

씨․2

김욱진 2016. 11. 9. 18:59

                 씨․2

 

 

감나무 까치밥 한 그릇 달랑 남아있다

늦가을 지나가다 보았다

감청색 홑바지에 흰 저고리 걸쳐 입은 까치 한 마리

헐렁해진 옷깃 여미며 백년손님처럼 찾아와

해묵은 마고자 단추 풀어헤친다 

물컹물컹, 아무런 감이 없다

잠시 후 늙수그레한 까마귀도 한 마리 날아와 

눈칫밥 이골이 난 듯

휘젓다 둔 밥그릇에 주둥이 밀어 넣는다

입술 퉁퉁 부르튼 홍시

하혈을 하면서도 씨만은 꽁꽁 부둥켜안았다 

성씨가 같은 두 객

감나무를 상대로 친자확인소송 낸 듯

살벌한 설전을 벌인다

밥그릇 싸움하는 세상

꿀꺽 삼키고 떠나는 서녘 해

입덧하자마자 낙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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