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용한 혁명

그런 날

김욱진 2016. 11. 9. 19:36

    그런 날

 

  

가르치는 아이들 앞에서

부쩍 날 세울 때 많다

그런 날은 조금이라도

날 뭉그러뜨리기 위해

하염없이 걷는다

날 어둑어둑해질 무렵이면

날 던져버리기도 십상이다

날 잊어버리고

날이 날 주워 담는

그런 날

 

서문시장 지나

지하상가 벤치 우두커니 앉아

비켜선 날 찾고 있는 중

반신불수의 한 젊은 남자

내 앞으로 몇 번을 왔다갔다 

왼쪽은 이미 저승에 가 있고

오른쪽은 날 향해  

날 주워 담고 있었다

날이 날 버린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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