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몇 해 전 콩알만 한 물혹 생겼다고
콩콩이처럼 옹알옹알 거려도
못 들은 척 스쳐 지났더니
그게 참, 못된 혹 될 줄이야
콩을 팥이라 해도 믿고 살았던 콩팥에게
속았다
장기판 뒤흔든 신腎의 한 수
물려줄 리 만무하다
살얼음판이 되어버린 장기판
이제 내가 둘 차례다
혹, 저 외통수 막을 수는 없을까
비기는 수쯤이야 얕잡아 봤던 날
천 길 낭떠러지로 끌고 간 혹
간이라도 빼주는 척하면
한 수 물려줄까
마냥 멍 때릴 수만 없는 한 판
누군가 훈수 두고 간다
저럴 땐 한 수 물러서야지
장군 멍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