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용한 혁명

몸옷 한 벌

김욱진 2016. 11. 9. 19:39

    몸옷 한 벌 

 

부모로부터 잠시 빌려 입은 몸옷 한 벌 

어지간히도 간수하기 힘들다

어릴 적 고주박이 한 짐 걸머지고

새옷 자랑하며 가파른 산길 내려오다  

무릎 인대 팍 터져 올올이 기웠는데

자전거 타고 여친 만나러 갔다

급브레이크 잡은 바람 뒤집어지는 통에

왼쪽 대퇴골 부러져 간신히 접붙이고

석 달 간 옷장 속에 갇혀

곰삭은 보릿대처럼 누워 있었는데

음주 운전한 직장동료 옆자리 

바짝 붙어 앉아가다 전봇대 부딪혀  

골골이 부서진 오른팔

꼬박 여섯 달 깁스했다 풀었는데

간간이 남루한 옷 걸친 살붙이 몇 찾아와

다림질해주고 갔다

후유, 한숨 돌리고

너덜너덜해진 옷 땀땀이 손질하던 참

난데없이 콩팥주머니 못된 혹 생겨

이젠 옷걸이조차 헐렁하다

해진 데 터진 데 깁고 깁은

누더기 옷 한 벌

바람벽 한 모퉁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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