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김오늘
그냥 천장에 거꾸로 붙어 서서
조용히 손이나 비비고 있었더라면
간당거리는 파리 목숨
며칠 연장했을는지 모른다
초대장도 없이
파리는 파티복도 입지 않고
맨 손에 두 폭 망토 휘날리며
감히 천장의 상들리에 찝쩍거렸다
어설픈 춤사위 부추기며
하얗게 흐르는 시나위 장단
이왕 무대에 올랐으니
등 떠민 적 없는 바람에게도 인사하고
가지지 않은 명주 수건 탓도 하면서
모서리의 살풀이 한 판 끝내주는 순간,
느닷없이 후려치는 신문의 몽둥이 한 방
나동그라지는 숯검뎅이 무희
제 피로 무대에서 부고장을 쓰게 될 줄 몰랐다
사건 사고의 침엽수림 광고란에
붉은 꽃상여가 놓였다
이만한 죽음이면
평생 손 비벼 기도한 보람이 있는 것이다
1963년 부산 출생.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장학과 졸업.
2009년 평사리 문학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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