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두레반/오탁번

김욱진 2017. 9. 29. 19:55

                             두레반

                                            오탁번

 


  잣눈이 내린 겨울 아침, 쌀을 안치려고 부엌에 들어간 어머니는 불을 지피기 전에 꼭 부지깽이로 아궁이 이맛돌을 톡톡 때린다 그러면 다스운 아궁이 속에서 단잠을 잔 생쥐들이 쪼르르 달려 나와 살강 위로 달아난다

  배고픈 까치들이 감나무 가지에 앉아 까치밥을 쪼아 먹는다 이빠진 종지들이 달그락대는 살강에서는 생쥐들이 주걱에 붙은 밥풀을 냠냠 먹는다 햅좁쌀 같은 햇살이 오종종히 비치는 조붓한 우리 집 아침 두레반

 

 

- 『2009 오늘의 좋은시』(푸른사상,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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