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송찬호
나는 천둥을 흙 속에 심어놓고
그게 무럭무럭 자라
담장의 장미처럼
붉게 타오르기를 바랐으나
천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로만 훌쩍 커
하늘로 돌아가버리고 말았다
그때부터 나는 헐거운 사모(思慕)의 거미줄을 쳐놓고
거미 애비가 되어
아침 이슬을 모으기 시작하였다
언젠가 다시 창문과 지붕을 흔들며
천둥으로 울면서 돌아온다면
가시를 신부 삼아
내 그대의 여윈 목에
맑은 이슬 꿰어 걸어주리라
* 송찬호 :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학교 독문학과 졸업. 1987년 <우리시대의문학>으로 등단.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 『붉은 눈, 동백』,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분홍 나막신』과 동시집 『저녁별』을 출간.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의 어머니/윤준경 (0) | 2018.01.30 |
---|---|
액면가/윤준경 (0) | 2018.01.30 |
다황을 긋다/이무열 (0) | 2018.01.29 |
완성되는 점들 외 1편/변희수 (0) | 2018.01.29 |
어떤 별리/장하빈 (0) | 2018.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