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장미/송찬호

김욱진 2018. 1. 30. 08:46

       장미

           송찬호


나는 천둥을 흙 속에 심어놓고

그게 무럭무럭 자라

담장의 장미처럼

붉게 타오르기를 바랐으나


천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로만 훌쩍 커

하늘로 돌아가버리고 말았다


그때부터 나는 헐거운 사모(思慕)의 거미줄을 쳐놓고

거미 애비가 되어

아침 이슬을 모으기 시작하였다


언젠가 다시 창문과 지붕을 흔들며

천둥으로 울면서 돌아온다면

가시를 신부 삼아

내 그대의 여윈 목에

맑은 이슬 꿰어 걸어주리라



- 시집 『분홍 나막신』(문학과지성사, 2016)


* 송찬호 :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학교 독문학과 졸업. 1987년 <우리시대의문학>으로 등단.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 『붉은 눈, 동백』,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분홍 나막신』과 동시집 『저녁별』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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