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황을 긋다
이무열
마지막 다황공장 경상북도 의성의 '성광'을 아는가.
한때, 전국에 공장이 삼백 곳 넘었고
최초로 세워진 곳은 인천의 '대한'으로
일제 땐 한 곽에 쌀이 한 되였다는데
몰래 훔쳐가곤 했던 탓일까
인천에 성냥공장 성냥공장 아가씨
치마 밑에 감추고서 정문을 나설 때
치마 밑에 불이 붙어~
그런 군가를 시도 때도 없이 불러재끼곤 했다.
인천의 '대한'이나 부산의 'UN'도 어느덧 문을 닫고
먼 바다 나가는 뱃사람 부적이나
곰방대 끼고 살던 외할머니 신주단지 같던
다황, 까맣거나 빨간 두약(頭藥) 알맹이
푸르른 불꽃으로 일렁거리던 고등학교 시절
만홧가게 골방을 들명날명 뻐끔담배 배우곤 했다.
오지 않을 누군가 그리워 죽치던 맹물다방
사이먼&카펑클이나 애니멀스를 신청하고는
3층, 5층, 7층……무너지면 다시 성냥개비 탑을 쌓곤 하던
한 집 건너 성냥갑 부업을 했다는
저 '성광'의 70년대
나도 왕년에 놀았다면 논 것 아니었을까.
담배 끊은 지 십 수 년도 지났건만
오늘은 유황냄새 피어오르던 그때처럼
따닥따닥, 다황이든 당황이든
다시 못 올 낭만의 마찰판을 그어 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