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군 러브호텔면 가든리의 화훼농 김씨의 꿈
고재종
그래! 나도 이참에 꽃농사 거두면 아반떼 하나 뽑겠다던,
그 차에 읍내 태양다방 화자년 태우고 한바탕 씽씽 밟겠다던,
나라고 맨날 일로만 살 수 있겠느냐던 화훼농 김씨의 꿈,
그가 키운 장미처럼 붉었지. 아무렴! 그렇게 달려서,
뭐 도회놈들만 줄창 가는 게 아닌 가든집에도 가겠다던,
가서 갈비도 굽고 포커도 치겠다던,
사람일 모르는데 언제까지 이럴 순 없잖느냐던 화훼농 김씨의 꿈,
그가 키운 백합처럼 환했지.
그래그래! 그러곤 샛강변 러브호텔로 직행하겠다던,
그 쌩통같은 화자년 팍팍 죽여주겠다던,
가능하면 그 누구라도 구워삶아서,
국민 스포츠의 하나인 골프도 배워야겠다던 화훼농 김씨의 꿈,
그의 하우스 안의 황국처럼 부풀었는데, 그랬는데,
아뿔사! 이 웬 재변인가,
그날 그가 그냥 설레는 사이 전기조작을 잘못해서,
온풍기가 터져서, 화훼농 김씨의 꿈, 그 화염으로 더욱 휘황했던,
그날따라 뒷동산 골프장에선 그 꿈의 백구도 더욱 눈부시게 날았다던,
골프군 러브호텔면 가든리의 이야기......가 사실이냐구요?
정말 사실이냐구요?
시집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문학동네,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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