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먼 데서 온 택배 같은 것/송종규

김욱진 2019. 2. 25. 22:24

데서 온 택배 같은 것

송종규

 

내가 당신에게 집중하는 동안 당신은

태산처럼 커졌지만

다행이다

이제 나는 당신에 대해 아무 짓도 생각나지 않는다

다행이다

당신을 떠올려도 나는 이제 목이 메이지 않는다

우주 저편에서부터

기적처럼 저녁이 당도했고 그 봄날

나비처럼 사뿐히 당신은 사라졌다

사실, 이별은 아주 먼 데서 온 택배 같은 것이지만

오래 전부터 꽃들에게 이별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다만 암묵적인 규칙이 있을 뿐이었다

어떤 경이로움이 엄습해 올 때 이를테면, 천둥과 우레 운무 같은 것까지

그들은 그것들을 꽃의 안쪽으로 들여놓았다

바닷가 언덕을 하루 종일 걸었다

세월은 충분히 깊어졌다, 무릎이 다 젖을 때까지

- 모든시2018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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