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반 고흐에게/박지영

김욱진 2019. 1. 13. 09:00

    반 고흐에게

       박지영 


이 별에 올 줄 몰랐지

엄마 뱃속에서 이별하고 나와

수많은 이별을 보고 들어

수두룩하게 이별 연습을 한 줄 알았어


이 별에서 이별은 늘 두렵고 서툴러

몇백 광년 떨어져 아득히 먼 줄 알았지

우리는 사다리를 걸쳐놓고

한 계단 한 계단 걸어서 저 별로

별을 세며 가는 중이야

저 별에서는 다들 한식구가 되지


오라 부르지 않아도

우리는 혼자서

타박타박 저 별에 가야 해

이 별은 그렇게 지나가는 거야


시집사적인 너무나 사적인 순간들』(2019 시인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