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아프지 마, 라고 말할 때/강문숙

김욱진 2018. 12. 24. 16:16

아프지 마, 라고 네가 말할 때

강문숙


한 사흘 대답 없던 톡에

깨알 숫자 사라지고 댓글 뜬다


주말엔 폰을 아예 책상서랍에 넣고 지내

일찍 난로를 꺼버린 탓에

감기가 왔나봐

이제 난 좀 괜찮아졌지만

걱정했을 네가 더 걱정이야

너는 아프지 마


아프지 마, 라는 말 참 아프게 다정한 말

봄꽃 피려다가 꽃샘바람에 옴츠러들 때

가는 입술 벌려 봄볕 받아먹고 있던

저 나뭇가지를 꺾어서 쓰는 말


어떤 색으로 피어날지 알면서도

난생 처음 본 색깔인양 신기한 꽃잎 속

하얀 입김 같은 말


말에도 온도가 있어 느린 게이지

따스한 곡선으로 꼴어 올리다가

노을 같은 발음으로 아프지 마, 네가 말할 때

아프다가도 나는 안 아프고

그래서 더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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