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마, 라고 네가 말할 때
강문숙
한 사흘 대답 없던 톡에
깨알 숫자 사라지고 댓글 뜬다
주말엔 폰을 아예 책상서랍에 넣고 지내
일찍 난로를 꺼버린 탓에
감기가 왔나봐
이제 난 좀 괜찮아졌지만
걱정했을 네가 더 걱정이야
너는 아프지 마
아프지 마, 라는 말 참 아프게 다정한 말
봄꽃 피려다가 꽃샘바람에 옴츠러들 때
가는 입술 벌려 봄볕 받아먹고 있던
저 나뭇가지를 꺾어서 쓰는 말
어떤 색으로 피어날지 알면서도
난생 처음 본 색깔인양 신기한 꽃잎 속
하얀 입김 같은 말
말에도 온도가 있어 느린 게이지
따스한 곡선으로 꼴어 올리다가
노을 같은 발음으로 아프지 마, 네가 말할 때
아프다가도 나는 안 아프고
그래서 더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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