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어울리지 않는 해변/변희수

김욱진 2018. 12. 6. 22:21

      어울리지 않는 해변

          변희수


해변의 여인이 되고 싶다,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해변인지 여인인지 명확하진 않다

그냥 잠깐 밀려왔다 다시 밀려가는

해변의 여인이면 되는데

어쩌면 나는 해변도 여인도 아닌

해변과 여인의 조합을 더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해변의 곡선과 고독

잘 모르지만 닮았다

해변을 생각하고 있는 한

나는 변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생각의 변두리, 연인의 변두리, 오늘의 변두리

아무도 모르는

해변으로 간다

나를 그렇게 만든

아름다운 해변이

여기 있다 해변을 중심으로 해변은 사라져가고

해변엔 어울리지 않는 해변이 남아 있다

해변에 서 있으면

변두리에서 온 티가 난다

 

한참 밀려갔다 밀려온 티가 난다


       『시인시대』(2018, 여름호)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수기의 결혼식/변희수  (0) 2018.12.10
대설/고재종  (0) 2018.12.07
비망록/문정희  (0) 2018.12.06
달항아리/박병대  (0) 2018.12.06
발칙한 혀는 없다/변희수  (0) 2018.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