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박병대
너는 흙의 자식이다
허공을 끌어들여 더도 덜도 없는 어둠으로
드난살이 설움 가득한 순한 마음을 본다
달처럼 은은한 모습에 절로 평안하여
네 안에 내가 있노라 고백하노니
품고 있는 검은 달이 나인 줄 알아라
나도 흙의 자식이다
고요를 끌어들여 생명을 보듬고 허공이 되는
차지도 넘치지도 않는 빛바라기로 숨어서
어둠에 뜨는 밝은 달 바라보며
밝음에 뜰 수 없는 어둠으로 평안한
그믐 밤하늘에 뜨는 검은 달이다
너는 밝은 달 되어 어둠을 품고
나는 검은 달 되어 빛을 품는다
흙에서 태어나 흙냄새 풀풀 날리며
소박한 삶의 검푸른 빛으로 항시 떠 있는
밝은 달과 검은 달이 격렬한 고요를 풀어놓은
허공은 비릿하게 목마른 그리움이다
-『푸른 물고기의 슬픔』도서출판 움,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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