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달항아리/박병대

김욱진 2018. 12. 6. 09:25

              달항아리 

                 박병대

 

너는 흙의 자식이다

허공을 끌어들여 더도 덜도 없는 어둠으로

드난살이 설움 가득한 순한 마음을 본다

달처럼 은은한 모습에 절로 평안하여

네 안에 내가 있노라 고백하노니

품고 있는 검은 달이 나인 줄 알아라

 

나도 흙의 자식이다

고요를 끌어들여 생명을 보듬고 허공이 되는

차지도 넘치지도 않는 빛바라기로 숨어서

어둠에 뜨는 밝은 달 바라보며

밝음에 뜰 수 없는 어둠으로 평안한

그믐 밤하늘에 뜨는 검은 달이다

 

너는 밝은 달 되어 어둠을 품고

나는 검은 달 되어 빛을 품는다

흙에서 태어나 흙냄새 풀풀 날리며

소박한 삶의 검푸른 빛으로 항시 떠 있는

밝은 달과 검은 달이 격렬한 고요를 풀어놓은

허공은 비릿하게 목마른 그리움이다

 

-『푸른 물고기의 슬픔도서출판 움,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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