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금이 간다
서하
해바라기를 집에 두면 부자가 된다는데
식탁 위 화병에 꽂혀 있는 천성이 造花인 그는 침묵이다
그 옆에 보초선 술병, 실눈으로 째려보며
너거 아부지가 먼저 죽어야 될 낀데
머리숱이 빠져 가르마도 없는 엄마는 자식이 가져간 전복죽을 먹으며
무슨 든든한 지원군이라도 만난 듯
전복 껍데기 같은 말 툭툭 내뱉는다
이쯤 되면 예방주사 맞기 싫어 맨 뒷줄에 설 때처럼
불안에도 소리 없이 금이 가고 엄마는 아버지 때문에 자주 더 실금이 갔고
아버지 덕분에 힘껏 아프기도 한데
스무네 살에 떠난 형이 남긴 금은 좀체 아물 기미가 없고
둘러보면 금 간 것이 적지 않아 친정집엔 돈보다 금이 많다
저녁연기가 금간 하늘을 비낀다
계간 《문예연구》201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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