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침묵은 금이 간다/서하

김욱진 2018. 11. 29. 06:31

            침묵은 금이 간다

                 서하

 

해바라기를 집에 두면 부자가 된다는데

식탁 위 화병에 꽂혀 있는 천성이 造花인 그는 침묵이다

그 옆에 보초선 술병, 실눈으로 째려보며

너거 아부지가 먼저 죽어야 될 낀데

머리숱이 빠져 가르마도 없는 엄마는 자식이 가져간 전복죽을 먹으며

무슨 든든한 지원군이라도 만난 듯

전복 껍데기 같은 말 툭툭 내뱉는다

이쯤 되면 예방주사 맞기 싫어 맨 뒷줄에 설 때처럼

불안에도 소리 없이 금이 가고 엄마는 아버지 때문에 자주 더 실금이 갔고

아버지 덕분에 힘껏 아프기도 한데

스무네 살에 떠난 형이 남긴 금은 좀체 아물 기미가 없고

둘러보면 금 간 것이 적지 않아 친정집엔 돈보다 금이 많다

저녁연기가 금간 하늘을 비낀다

 

          계간 문예연구201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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