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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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진 2018. 11. 2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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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웅

 

이처럼 성급하게 자라나는 식물을 본 적 없으니

말은 씨가 되고 그 씨는 마땅한 목적을 향해 줄기 뻗지

숙주의 귓속에서 자라나 입 밖으로 줄기 내면

그 뒤로는 걷잡을 수 없지 숨고 조롱하고 날조하는

변태를 거친 뒤 소리 소문도 없이 실컷 교미하지

심지어 아무 말 뒤에나 올라타 사정하지

입을 틀어막은 즐거운 교성이 떨어진 자리마다

꽃들이 피었지 그 꽃을 비밀이라 불렀지

마침내 허상을 불러들인 게지 그들의 손쉬운 번식법은

말머리를 베고 말허리를 끊고 말꼬리를 잘라

이 말 저 말에 갖다 붙이는 식이지 그렇게

꽃을 물고 하룻밤에 천 리 가는 발 없는 짐승들이 태어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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