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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이처럼 성급하게 자라나는 식물을 본 적 없으니
말은 씨가 되고 그 씨는 마땅한 목적을 향해 줄기 뻗지
숙주의 귓속에서 자라나 입 밖으로 줄기 내면
그 뒤로는 걷잡을 수 없지 숨고 조롱하고 날조하는
변태를 거친 뒤 소리 소문도 없이 실컷 교미하지
심지어 아무 말 뒤에나 올라타 사정하지
입을 틀어막은 즐거운 교성이 떨어진 자리마다
꽃들이 피었지 그 꽃을 비밀이라 불렀지
마침내 허상을 불러들인 게지 그들의 손쉬운 번식법은
말머리를 베고 말허리를 끊고 말꼬리를 잘라
이 말 저 말에 갖다 붙이는 식이지 그렇게
꽃을 물고 하룻밤에 천 리 가는 발 없는 짐승들이 태어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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