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박숙이
오를 때와는 달리
땀방울을 닦으며 훨훨 내려가는
그대 뒷모습이
한 마리 새 같기도 하고
짜안하기도 하고
몇십 년이나 정이 들었던
압박감의 구두 대신 편안한 운동화에
목을 조르는 넥타이 대신
땀을 닦는 수건 한 장,
그 수건 한 장이 지난날을 흠뻑 닦아내며 환하게 웃는다
풀꽃들을 쓰다듬으며
풀꽃들의 생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그도 이제 저 꽃처럼 산 냄새를 솔솔 풍긴다
긴 마라톤에서 등수에는 들지 못했지만
몇 번은 바닥에 주저앉았다가 다시 또 일어서서
완주를 목표로 하여 힘겹게 곁으로 돌아온 사람아
퇴직의 하산길이 매일매일 산 냄새로 가득하시길,
나는 다만 그 발치에서 물소리처럼 찰. 찰. 찰 거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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