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혀는 없다
변희수
터질듯 말듯
샘물처럼 입안에서만
뱅뱅 맴도는 말이 있다
누구는 그룹가수can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사이다라고 했다가 급기야 콜라!
라고 외쳤다는데
can을 뚫고 나온 말이
쏟아진 거품처럼 깔깔거리던 밤이었다
시장 좌판에서 평생 나물만 팔아온 할머니도
방풍나물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방충나물이니
중풍나물이니 횡설수설했다는
이야기까지
그날 밤
can을 뚫고 사이다는 콸콸 흐르고 콜라는 하염없이 치솟고
혀는 낼름 튀어나오고
우리의 허파는 꽈리처럼 부풀어 올랐다는 말씀
세상의 모든 배꼽들이 혀를 끌끌 차며
보란 듯이 츳츳츳 웃었다는 말씀
그러니까 그날 밤 우리는
생각의 배신에 멋지게 따귀를 맞은 배우처럼
아직도 못 외우는 대사가 있다는 게
눈물 나도록 우스워서
처음 태어난 것처럼
다시 그, 그, 그 나 저, 저, 저부터 해보고 싶은
그러니까, 氏*
샘가에 앉아있는 것처럼
참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 어느 시인에게 들은 두건의 에피소드로 구성
『사람의 문학』(2018, 봄호)